<Her> OS..! 널 사랑해!
수입된지 한참이 지나서야 지난 5월 22일 영화 <Her>가 국내에 개봉했다.
티져 영상의 화려한듯 따듯한 색감과 호아킨의 초록색 눈동자의 대비가 만들어내는 분위기, 또 무언가 이별 후의 마음을 달래줄 것 같은 기대로 마음이 한껏 부푼 상태였다. ‘이건 필시 엄청난 영화일거야!’ 하는 말을 마음 속에서 몇 번이나 반복했는지 모르겠다.
OS와의 사랑이 주 소재인지라, 영화는 꽤 유쾌했다. 티져에서 보았던 아름다운 색감과 편안한 OST로 기분 좋은 오후를 보낸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영화였다. 스스로를 계발하는 인공지능 OS의 여정에 대한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상상도 좋았고, 스칼렛 요한슨의 목소리도 좋았다.
그러나, 영화가 이혼의 아픔, 오랜 사랑의 좌절과 끝에 대해 계속해서 이야기하지만 나는 어째 회사에서의 인간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분명히 내게 긍정적이었던 타인을 어느 순간 심하게 질려하거나 귀찮아하게 되는 때의 내 모습을 되돌아 보게 되었다. ‘그래, 긍정적이었던 부분을 생각해야지.’ 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이건 어째 사랑영화에서 느낄 느낌은 아니었다. 이건 내가 예상했던 감상이 아니었다.
아무래도 이 영화가 사랑이라는 감정의 깊이를 다룰만큼 섬세하진 못하기 때문일 테다. “사람을 자신의 틀에 가두려하지마라.” 라는 영화의 가장 주요한 메세지에 주인공 테오도르는 무언가 편집된 듯 갑자기 시련을 극복해 버린다. 이건 <그렇게 아버지가 되었다>, <About Time>에서 느낀 배신감과 비슷한데 티저 영상이 야기하는 영화에 대한 기대감과 관련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되었다. 살면서 고민하게 되는 삶의 문제들, 사랑이라던가 가족, 또는 인간관계에 대한 질문들에 대한 해답을 Teaser에서 한껏 기대하게 해놓고는 까보면 사실 별다른 고민은 없다.
이별에 대한 영화라고 하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겠지만, 볼거리 들을거리 많은 훌륭한 로맨스 코미디 영화인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