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침반

3년.

짧았던 시간에 비해 참 오랜 시간동안 아파했다. 아파했다는게 자랑도 아니고, 상대보다 내가 더 힘들었다는 치졸한 으스댐도 아니다. 그냥 내가 슬펐다. 슬픔에서 헤어나오기가 많이 어려웠다.

젊음으로 눌러 밟았던 상처들이 이때다 싶어 약해진 나를 뒤덮었고, 그 때 하필 아무도 내 곁에 없었던 것. 그게 한 없이 편안하게 했던 존재를 반복해서 떠올리게 했다. 오직 그것만이 나를 살게할 수 있을 것만 같았던 때였다.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다해 위로를 끌어모았다. 주위를 괴롭히고, 약을 먹고, 희망하거나, 소비했다. 살고 싶었고, 다시 역할하고 싶었다. 긁어모아도 남은 부스러기조차 없을 때에면 떠난 사람을 찾았다. 그리곤 당연히 좌절하고, 미워했다.

너무 오래 늘어진 슬픔에 나도 나를 잊었다. ‘슬픈 나’만이 내가 되었다. 그것도 모른 채 나를 슬프다 여기는 눈총들을 원망했다.

그렇게 또 떠난 사람을 찾던 날, 갑자기 ‘아, 예뻤다.‘하고 내뱉었다. 찾은 추억 속에서 사랑하고 사랑받고 있는 내 모습이 또렷이 보였다. 마음이 고요해 졌다. 네가 준 마음이 잃어버린 날 찾게 했구나. 그 마음이 나침반이라, 뺏기지 않겠다고 그리도 슬퍼했구나. 그렇게 길었던 슬픔이 의미가 되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받았던 기억이 내 존재의 증거가 된다. 내가 나를 위로할 수 있는 힘이 되고, 곁에 있어준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되고, 새로운 바깥을 내딛을 수 있는 자신감이 된다.

전할 수 없는 많은 미안함은 3년의 후회와 슬픔으로 대신한다. 내가 나를 믿을 수 있는 이유가 되어주어 고맙다는 말을 남기며.